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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리뷰

레이스, 인종 차별에 맞선 흑인 육상 선수 이야기

by 한국의 잡학사전 2022.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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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포츠의 매력

스포츠 경기가 주는 매력은 무한합니다. 지난 브라질 올림픽(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펜싱 에페 종목 결승, 모두가 역전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포기하던 순간, 모두의 예상을 깨고 금메달을 거머쥔 박상영의 포효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모든 이들이 그가 패할 것이라고 좌절한 순간, 결코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다를 되뇌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박상영의 모습은 스포츠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불가능도 가능이 되고, 오롯이 선수의 재능과 노력, 강력한 정신력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공정한 경쟁의 세계. 스포츠의 세계에선 어떤 편견도, 혐오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직. 경기장에서 흘리는 선수들의 땀과 그들의 피나는 노력이 모든 것을 결정할 뿐입니다.

그러나 1930년대 중반, 최고의 실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혹은 황색이거나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승부에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 힘들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1936년 제11회 베를린 올림픽 육상 종목에서 사상 최초로 4관왕에 오른 미국의 육상 영웅 제시 오언스는 그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영화 레이스(Race)’(감독 스티브 홉킨스,2016년)는 제시 오언스가 인종 차별과 혐오에 맞서 올림픽 영웅이 되는 과정을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냈습니다.

2. 영화 '레이스' 이야기

그저 뛰는 것이 좋았던 시골뜨기 제시 오언스는 오하이오 주립대학에 진학하면서 일생일대의 기회를 맞이합니다. 왕년에 선수로 좀 날렸으나, 매번 대학 육상대회에서 패하며 위기에 처한 육상부 코치 래리 스나이더를 만난 것이다. 제시의 재능과 실력을 알아보고, 래리는 그를 전폭적으로 지원합니다. 부상당한 상태로 뛴 대회에서 3개의 세계기록을 세우는 등 미국 내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이어갑니다. 피부색이 검다며 그를 혐오하던 미국 사회의 많은 비난과 야유에도 귀 기울이지 않고 트랙 위에서는 오로지 앞만 보고 질주하는 그에게 사람들은 점점 환호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결국 제시는 1936년 베를린에서 열릴 예정인 올림픽 참가의 꿈을 꾸게 됩니다.

그러나 베를린 상황이 심상치않게 돌아갑니다. 당시 히틀러의 나치정권은 게르만 민족(아리아인)의 우수함을 앞세우며 본격적인 유태인 탄압을 자행하고 있었습니다. 히틀러는 베를린 올림픽을 아리아인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선전의 장으로 만들려는 야망을 품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인지라, 미국 내에서도 이 꼭두각시 놀음에 장단을 맞춰야 하냐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합니다. 올림픽 자체를 보이콧하자는 여론과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 현장에서 그들의 이념이 잘못됐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게 됩니다. 결국 히틀러와 나치는 미국이 불참한 반쪽 올림픽을 허용할 수 없기 때문에 대회 기간 어떤 차별도 자행하지 않겠다(사실은 그런 척 하겠다)는 밀약을 하고, 미국은 대회에 참여하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스포츠가 순수하게 스포츠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이념 전쟁의 도구로 전락하는 순간, 제시도 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미국 내 흑인공동체에선 그가 올림픽 참여를 보이콧해야 한다고 압박합니다. 반면 그의 동료들은 금메달을 통해 히틀러의 생각이 틀렸음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제시를 설득합니다결국 제시는 결국 올림픽 참여를 결정하고, 육상 100m, 200m, 멀리뛰기, 400m계주에서 모두 4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게르만 민족의 우수성을 올림픽을 통해 증명하고 선전하려던 히틀러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습니다.(이 부분이 가장 속 시원합니다. 결국 실력으로 모든 것을 극복해냅니다.)

3. 레이스(race)를 통해 인종(race) 차별을 견뎌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더 눈에 띄는 장면은 제시가 국민 영웅이 된 뒤에도 여전히 미국 사회에서 당하는 일상적인 차별의 모습입니다. 미국 사회의 인종문제는 흑인들과 유색인종들의 수많은 투쟁을 통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미국 사회 밑바닥에는 아직도 인종 차별 문제가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가 머나먼 미국만의 문제일까요. 한국 사회도 인종차별과 같은 편견과 차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한국사회의 다문화화는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노동을 위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들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의 피부색만 보고 편견을 가진 적은 없는지 영화 레이스속 흑인에 대한 일상적 차별을 보면서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제시 오언스는 육상 트랙을 앞만 보고 달리는 레이스(race)를 통해 인종(race)차별을 묵묵히 견뎌냈습니다. 우리 사회도 인종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차별 문제 해결을 위해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달려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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