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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리뷰

구타유발자들, 폭력의 대물림과 악순환에 대한 고찰

by 한국의 잡학사전 2022.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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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를 보는 이유

영화를 보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현실에서 느끼기 힘든 쾌감을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나마 느끼기 위해서 영화관을 찾습니다. 특히 천하의 못된 악당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매우 강력합니다. 집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악당에게 맘껏 폭력을 휘두르기는커녕 큰 소리 한 번 내는 것조차 힘든, 우리네들에게 영화를 통해 느끼는 그런 감정이나마 없으면 사는 게 얼마나 팍팍하겠습니까. 그러나 그 폭력이 현실이 됐다고 생각해보면, 과연 영화 속 히어로들처럼 그렇게 멋지게, 뒤탈 없이 악당을 해치우고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 폭력이라는 수단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영화 구타유발자들’(감독 원신연, 2006)은 결코 그렇지 않을 거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2. 영화 이야기

이 영화는 폭력 자체를 소재로 한 보기 불편한 우화’입니. ‘세븐데이즈’, ‘용의자와 같은 스타일리시 하고 속된 말로 폼 나는 액션 스릴러를 만들었으며, '살인자의 기억법', '봉오동 전투'를 만든 원신연 감독의 초기작 구타유발자들은 감독 자신은 흥행을 바라고 만든 상업영화라고 주장하지만, 관객들이 보기 편한 영화가 결코 아닙니다. ‘구타유발자들은 연극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영화 속 공간은, 몇 장면을 제외하고 강원도 산골 마을의 계곡으로 한정돼 있고, 소수의 출연자들이 영화 속 소우주 속에서 서로에게 끝없는 폭력을 휘두릅니다.

성악과 교수 영선(이병준)은 전공을 살리지 못한 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는 옛 제자 인정(차예련)을 강원도 산골로 데려와 성폭행하려다 실패하고, 봉연(이문식) 일행과 맞닥뜨립니다. 사람 좋은 모습을 하고, 친절할 것만 같았던 봉연은 금세 실체를 드러내고, 영선과 인정을 폭력적으로 억압한 채 그들만의 유희를 시작합니다. 그 유희의 핵심은 한 아이를 괴롭히는 것입니다. 봉연과 그의 부하들은 아무 이유 없이 현재(김시후)를 때리고, 조롱하고, 수치스럽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런 괴롭힘이 처음이 아닌 듯, 뭔가 단단히 준비한 현재는 봉연 일당을 향해 역습을 날립니다. 경찰인 현재의 형 문재(한석규)는 사라진 현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서로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망신창이가 된 현재와 봉연 일당과 마주치게 됩니다. 아마도 여기까지만 영화를 봤을 때 봉연은 그저 악마처럼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 양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봉연은 문재의 학교 후배이며, 학창 시절 내내 학교의 대장이었던 문재에게 치욕스러운 괴롭힘을 당해 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악마와 같았던 문재는 성인이 되어 아이러니하게도 시골 동네에선 권력이라 부를 수 있는 경찰이 돼 있었고, 봉연의 복수는 결국 문재의 동생 현재를 향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폭력의 대물림, 악순환의 끝은 드라마 도깨비에서 간신 박중헌이 외친 것처럼, 결국에는 모두에게 상처뿐인 파국을 맞습니다.

3. 폭력의 대물림

교육 현장에서 체벌과 폭력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입니다. 단기적인 각성을 이끌어 낼지는 모르나 아이들에게 진정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수단이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학생과 학생 간의 폭력, 가정 내의 폭력, 거의 모든 종류의 폭력이 다 그렇습니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아이가 세월이 흘러 가정 폭력의 가해자가 된 사례는 꽤 많습니다.

국제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9.11 테러의 피해자였던 미국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뒤 되풀이된 폭력 사태들은 어떻습니까. 곳곳에서 수많은 테러가 벌어졌고, 테러를 종식시키겠다며 또다시 되풀이된 보복 폭력과 전쟁은 IS라는 괴물 같은 집단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그리고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폭력을 폭력으로 막아보겠다는 단순한 발상으로 북한 핵무기 개발에 대응하겠다며 들여오는 첨단 방어 무기 체계는 결코 답이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북한의 핵무장에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남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미국과 일본이 끊임없이 첨단 무기 개발·도입 경쟁을 하도록 만들 위험성이 더 큽니다.

폭력의 대물림이라는 주제 하에 결국 모두가 피해자가 되어버리는 최악의 상황을 보여주는 영화 구타유발자들’을 보며 우리는 더 고민해야 합니다. 폭력이 더 잔인한 폭력을 낳고, 폭력의 악순환은 결국 모두를 파멸시키고야 끝이 난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되었습니다. 우리의 교육 현장, 앞으로의 대한민국에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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