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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리뷰

인류의 희망을 찾아 우주로 떠난 ‘인터스텔라’

by 한국의 잡학사전 202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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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매튜 맥커너히(쿠퍼), 앤 해서웨이(브랜드), 마이클 케인(브랜드 교수)
개봉일 2014.11.06.

1. 과학의 신비한 세계

많은 문과생들에게 수학과 과학은 미지의 영역입니다. 자연계의 원리나 현상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그저 멀리서 바라보는 경이로운 대상입니다(어쩌면 우주와 같은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수학도 수학이지만 물리학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중 최고는 양자역학일지도 모릅니다. 분명 선생님은 한국어로 설명하고 있는데, 그 말들이 마치 지구로부터 수 광년 떨어진 세계에서 온 미지의 존재가 말하는 우주어처럼 들릴 때도 많습니다. 아니면 피곤한 육신의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졸음을 불러오는 달콤한 자장가로 들렸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을 테지만요).

2. 영화 인터스텔라의 놀라운 이야기

웜홀과 블랙홀, 일반상대성이론과 중력과 시간의 법칙, 오차원의 시공간 등등 말만 들어도 머리가 아픈 단어들이 속출하는영화 인터스텔라’(2014·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 인셉션에서 인간의 기억 조작이라는 기막힌 소재로 관객을 놀라게 했던 놀란 감독이 고담의 영웅 배트맨의 고단한 여정을 끝내고 찾은 소재는 바로 우주였습니다. 팀 버튼이 창조한 비현실적인 세계 고담시티를 현실의 뉴욕과 같은 대도시로 완벽하게 탈바꿈시키며 현실적인 슈퍼 히어로 영화를 만들어 냈던 놀란 감독은 인터스텔라에서도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아이맥스 대형 화면을 통해 관객들이 실제 우주를 여행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실감 나는 상황과 영상을 만들어 내는 데 공을 쏟은 것입니다.

우주여행의 원인이 되는 지구 상황을 만들어 내는 방식도 남다릅니다. 다른 할리우드 영화였다면 이 상황을 엄청난 재앙으로 그려내는데 많은 공을 들였겠지만, 감독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시대인지, 어느 지역인지 모든 설명을 생략하고 그저 담담히 지구가 이제 더 이상 살 수 없는 곳이 돼 가고 있음을 묘사합니다(여담으로 영화 속 불타는 옥수수 밭은 감독이 직접 영화 촬영을 위해 재배했다고 합니다). 관객들이 파괴돼 가는 지구에 대한 절박함을 느끼게 하는 지점은 영화 ‘2012’아마겟돈과 같은 시각적 스펙터클이 아니라 가족들의 절절한 사랑입니다. 주인공들의 우주여행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장치가 바로 이 사랑인 셈입니다.

무려 3시간에 달하는 긴 여행은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습니다. 우주선의 출발부터 우주의 고요, 웜홀을 통한(인터스텔라라는 제목 그대로) 행성(은하계) 간의 여행, 블랙홀과 각 행성에서의 모험 등등이 쉴 새 없이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이 와중에 배우는 시간의 상대성과 중력의 절대성 등을 설명해주며 물리 시간에 졸았을 많은 사람들에게 훌륭한 교육의 장을 열어줍니다.

인터스텔라는 영화 내적인 부분만큼 영화 외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우주여행에 현실성을 더하기 위해 실제 과학 이론을 접목시켰기 때문입니다. 1988년 킵손이라는 물리학자에 의해 발표된 논문 시공간에서의 웜홀과 성간여행을 위한 활용 : 일반상대성 이론의 지도를 위한 도구에서 나오는 웜홀 개념 등을 차용했습니다. 실제 영화 촬영 과정에서 킵손의 자문을 받아 강한 중력장 속에서 시간이 늦게 흐른다는 사실을 묘사했을 뿐만 아니라 강한 중력장을 지나는 빛은 적색 편이가 생기고 렌즈 속을 지나는 빛처럼 휘어진다는 연구 이론에 착안해 최초로 과학적인 이론에 근거한 블랙홀과 웜홀의 모습을 창조해 냈습니다. 과학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이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입니다. 영화를 위해 연구했던 것과 관련한 물리학 논문과 컴퓨터 그래픽에 대한 논문까지 발표되었다고 하니, 영화 한 편을 통해 전무후무한 지적인 작업이 이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3. 우리나라 과학교육의 현실

영화를 재밌게 보다가 문득, 정말 뜬금없이 한국의 과학 교육에 대한 부분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매년 수능이 끝나면 이공계열 고득점자들은 열심히 의약계열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의약계열도 중요하지만 탄탄한 기초과학의 발전 없이 과연 응용 학문들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요. 수학, 과학 등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모조리 의대에 가는 풍토를 당연시하면서, 왜 일본도 받는 과학 관련 노벨상을 우리는 한 번도 못 받느냐는 탄식을 하는 이중적이고 정신분열적인 모습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요. 인기 없는 학문을 가르치는 학과는 모두 문을 닫고, 취업률 높은 학과만 살아남는 현실에서 말입니다. 마땅히 기초 학문을 지켜야 할 국립대학도 효율성이라는 신자유주의의 절대 잣대에 따라 법인화하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이 나라에서 노벨상을 받는 것이 가당키나 할까요?

물론 우리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답을 찾을 것입니다. 늘 그랬듯이 말입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속 지구처럼 한국의 과학 교육도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인터스텔라의 주인공들은 사랑의 힘을 믿고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라고 말하며 희망을 찾아 나섰습니다. 우리의 과학 교육도 그 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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