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TV 리뷰

영화 설국열차 속 교실칸으로 보여주는 질서와 균형

by 한국의 잡학사전 2022. 7. 15.
반응형

설국열차
감독 봉준호
출연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에드 해리스
개봉 2013.08.01.

1. 더운 여름에 생각나는 영화

올해 여름은 일찍부터 시작되어, 지속적인 더위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살인적인 더위를 자랑하는 여름이라는 소식에 문득 전 지구가 제2의 빙하기를 맞아 설국이 되어 하얗게 변해 버린 뒤 벌어진 일을 다룬 영화 한 편이 떠올랐습니다.

설국열차는 뜨거운 흥행 열기에 못지않게 열띤 논란 또한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습니다. 단순하게는 영화의 재미에 대한 찬반부터, 영화의 내용과 봉준호 감독의 의도에 대한 다양한 해석까지 분분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설국열차가 상영관을 싹쓸이하면서 영화 외적으로 상영관 독과점에 대한 논란까지 낳았으니, 제목과 다르게 정말 뜨거운 영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2. 이야기하고자 하는 점

설국열차는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CW-7이라는 인공 물질을 대기 중에 뿌린 뒤 찾아온 제2의 빙하기 시대, 최후의 생존자들을 태운 열차를 배경으로 합니다. 열차는 머리칸과 꼬리칸이 나뉘어 있고, 꼬리칸 사람들은 온갖 차별과 핍박을 받고 살아갑니다. 이러한 차별과 핍박을 참지 못한 꼬리칸 사람들의 반란, 열차의 맨 앞쪽 엔진칸을 향한 꼬리칸 사람들의 질주가 영화의 주 내용입니다.

설국열차가 영화 내용적으로 많은 논란을 낳고 있는 이유는 영화의 설정들이 그만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게 짜여있기 때문입니다. 열차 자체가 인류의 역사를 반증할 수도 있고, 특정한 정치 체제를 의미할 수도 있으며, 혹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상징하는 것으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설국열차는 새로운 빙하기가 온 뒤 열차가 18년간 직진만 해 온 것처럼, 꼬리칸 사람들이 끊임없이 직진하는 영화입니다. 반란과 유혈사태, 엔진칸 장악의 사명을 띤 일부 꼬리칸 사람들의 직진이 계속되는 와중, 영화의 전체 톤에서 돋보이게 튀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영화가 열차 속 학교를 다루는 부분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어두움과 빠른 속도감으로 점철된 영화 속에서 유독 학교 시퀀스를 느긋하고, 역설적이게도 밝은 톤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온갖 상징과 비유가 가득한 여러 장면들 중에서도 감독이 꽤나 공들인 장면임을 어렵사리 유추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설국열차속 교실 장면은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교육을 이용하는지 인상 깊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대로를 입버릇처럼 외치는 기득권에게 질서균형은 금과옥조입니. 열차에 타면서부터 계급이 정해진 ‘설국열차’ 속에서 앞 칸에 자리 잡고 온갖 호사를 누리는 기득권들에게 질서와 균형은 귀중한 가치일 수밖에 없습니다. 열차에서 태어나 교육이라는 특별한 기회를 부여받은 앞쪽 칸 소수의 아이들에게도 질서와 균형은 물론 최고의 가치로 교육됩니다. 그들에게만 제공되는 특권은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여지고, 뒤쪽 칸 사람들과의 연대나 기차 속 공동체 따위가 중요하게 여겨질 리 없습니다. 기회의 평등이나 차별 없는 세상 따윈 아마 개념조차 잡혀있지 않을 것입니다. 이 아이들에게 꼬리칸 사람들은 그저 하찮은 존재이자 웃음거리일 뿐입니다.

열차 속 질서와 균형을 유지하는 근본적인 힘은 공포입니다. ‘7인의 반란주역들 7구의 얼어 죽은 시체는 교실칸 아이들에게 교재에 불과합니다. 열차 속 질서와 자기 자리를 지키지 않은 자들의 최후를 생생히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교육 기자재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들에 대한 연민이나, “왜 그랬을까라는 궁금증 같은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궁극적으로 엔진이 멈추면 저들과 같은 최후를 맞을 것이라는 암시와 공포는 기득권에 순응하는 것 이외에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기제로 작용합니다.

3. 우리 교육의 현실

질서와 균형, 공포는 반복적 교육을 통해 아이들 머릿속에 주입됩니다. 교사의 말과 시청각 자료를 통해 기차가 17년간 1년 주기로 전 세계를 빙빙 돌았듯, 끊임없이 반복되고 반복됩니다. 질서와 균형을 공포라는 기제를 이용해 반복함으로써 주입하는 교육, 그렇게 낯설지 않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교육이 진행됐으니 말입니다. 더 나아가, 현재의 우리 교육은 이런 방식의 교육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득권의 방식대로 순응하고 살지 않으면, 한국 사회 꼬리칸으로 추락해 비참한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 기제는 과연 우리 교육에서 작용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영화 속 교실칸 이야기가 반면교사로 회자돼, 창의적이고 남을 배려하는 교육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공론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은근한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