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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리뷰

최우식 주연 영화 '거인', 17세 소년의 처절한 생존기

by 한국의 잡학사전 2022.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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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
감독 김태용
출연 최우식, 김수현, 강신철
개봉 2014.11.13.

1. 영화 거인 이야기

지금은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최우식 배우의 초창기 영화 '거인'(2014년·감독 김태용). 영화 속 영재(최우식)의 삶은 꼭 주변에 믿었던 모두에게 배신당하고 버려진 누아르 영화의 주인공 같습니다. 그에게 꿈같은 것은 사치입니다. 오로지 살아남기 위한 투쟁만이 있을 뿐입니다. 17세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무거운 삶의 무게입니다. ‘거인’은 그 무게를 일찍 알아버린 소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누아르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의 삶은, 인생의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기구하기 짝이 없습니다. 어두운 밤거리에 홀로 남겨졌으나, 사방 어디에서 적이 튀어나올지 모르고,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구별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 일쑤이니 말입니다.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주인공은 쓸쓸히 혼자 방황하고, 고군분투하다 잃어버렸던 일상 속으로 돌아가거나 반대로 불행한 결말을 맺습니다. 적어도 장르 영화 속 주인공은 어떤 종류든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어쩌면 그것이 더 행복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영재는 평범한 듯 보이는 고등학생입니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니며 성적은 중간 정도입니다. 성당에 열심히 다니고 있고, 신부님이 되는 게 꿈이라며 반드시 신학교에 가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톨릭 신부는 진정한 영재의 꿈이 아닙니다. 꿈마저도, 희망마저도 살아남기 위한 구실일 뿐입니다.

영재는 버젓이 가족이 있지만 가족이 있는 삶을 스스로 부정합니다. 무능한 부모는 영재를 ‘이삭의 집’이라는 가톨릭 보호시설에 보냈습니다. 아버지는 그것도 모자라 동생까지도 시설에 보내려고 호시탐탐 타이밍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영재는 보호시설에서 나가야 하지만 지긋지긋한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너무도 싫습니다.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든 시설 내에서 버텨야 합니다. 신부가 되겠다는 것도 어떻게든 시설에 남고, 성당의 지원을 받기 위한 구실인 것입니다.

이제 열일곱. 영재는 세상을 너무 빨리 알아버렸습니다. 보호시설의 가짜 부모 앞에서 세상 착한 것도, 신부님과 수녀님에게 선물을 하고 미소를 짓고 성당에서 각종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모두 시설에 남기 위해서입니다.

영재는 마치 길고양이 같습니다.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늘 경계하고 두리번거리고 밥을 주는 자에게는 온갖 아양을 떨어야 합니다. 하지만 날카로운 발톱도 숨기고 있습니다. 시설 안에서는 누구보다 착한 아이지만, 그 이면에는 시설의 후원 물품을 훔쳐 내다 팔고, 시설에 남는데 방해가 되는 친구에게 모진 말을 내뱉고, 그를 배신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2. 영재의 시선 너머를 바라보다

영화 ‘거인’은 철저하게 영재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러나 감독이 바라보고 있는 곳은 영재의 시선 너머입니다. 영재가 길고양이 같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 어른들에게 있습니다. 이기적인 부모는 자기가 어렵다며 자기들이 낳은 아이마저 책임지지 않습니다. 책임은커녕 영재의 아버지는 아이들을 이용해 교회의 후원을 받기 위해 혈안이 돼 있을 뿐입니다.

보호 시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중학교 이하 아이들을 주로 받아 보호하는 유사 보호시설의 원장 부부는 어떻게든 성당에 밉보이지 않고 후원을 받는 것만 목적으로 합니다. 고등학생이 된 아이들은 그들이 돌아갈 곳이 있든 말든, 아이들의 사정이 어떻든 상관하지 않고 내보내려 합니다. 고등학생이 되면 자립할 능력이 있다며 성당 측에서 후원하는데 난색을 표하기 때문입니다. 영재처럼 신학교에 갈만한 자질이 있는 정도나 돼야 후원을 계속해서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영재는 결국 이러한 어른들 속에서 일찍 성숙해 버린 피해자입니다.

3.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

누아르 영화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영재의 삶은 계속됩니다. 그가 가족들 품에 안길 일은 없을 것입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동생과 함께 살겠다는 목적이 생겼으나 그 목적을 이룰 수 있을지 또한 미지수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의 삶의 무게를 함께 느꼈기에 영화의 결말을 지켜보며 먹먹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재는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까요. 아니 너무 빨리 성장해 거인처럼 그 무게를 떠받들며 살다 일찍 지쳐버리는 것은 아닐까요.

나쁜 어른들이 만든 아이의 삶이 좋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입니다. 영재처럼, 나쁜 어른들에게 둘러싸인 채 살아가는 아이들,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도처에 있습니다.

이삭의 집을 떠나 다른 시설로 옮겨지며 차창 밖을 바라보는 영재의 쓸쓸한 눈빛을 당분간 잊기 힘들 것 같습니다.

몹시 아픈 청춘의 이야기를 다룬 거인. 주인공의 모습과 너무 반대되는 제목을 통해 감독은 소년의 성장통과 함께 사회문제를 다루고자 했으며, 기성세대와 사회의 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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