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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리뷰

영화 변호인, 민주주의와 원칙을 말하다

by 한국의 잡학사전 2022.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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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의 시작 부림사건

영화 '변호인'(감독 양우석, 2013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영화는 우리가 망각한 채 살아가고 있는 중요한 민주주의의 원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고졸 출신으로 어렵다는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판사까지 지냈으며 그 바닥에서는 나름 놀라운 입지전적인 인물인 송우석 변호사(송강호 역)가 고향인 부산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합니다. 학연 지연이 판치는 곳에서 고졸이라는 이유로 연줄과 인맥이 부족했던 그는 부산 지역사회에서 변호사로 자리잡기도 여간 만만치 않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회는 있는 법. 때는 바야흐로 박정희 정권 말기로 경제 고도성장과 엄청난 건설 붐이 일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머리가 비상하고 근성이 있는 송 변호사는 부동산 등기 대행, 세무회계 전문 변호사라는 틈새시장을 잘 공략하며 승승장구합니다. 대기업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으며 전국적인 변호사로 데뷔를 앞두고 나름 돈도 많이 벌고, 명성도 얻게 되며 '편안한 삶'을 영위합니다. 그러던 그에게 운명적인 선택의 순간이 다가옵니다. 

어려운 시절 그를 많이 돌봐줬던 국밥집 아줌마 순애의 아들 진우가 당시 시국사건에 연루되며 재판을 받게 된 것입니다. 엄혹하던 군사정권 아래에서 국가보안법 기획사건의 변호를 맡으려고 먼저 나서는 변호사들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런 형태의 사건에 앞장서왔던 민주 변호사들은 자격정지와 갖은 협박으로 손과 발을 묶어 놓은 상태였습니다. 잡혀간 지 두 달이 넘도록 소식도 없었던 아들의 얼굴이라도 보게 해 달라며 찾아온 순애의 간절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함께 구치소 면회에 같이 했던 송 변호사는 참혹한 진우의 모습을 보고, 폭행을 동반한 참혹한 인권 유린이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이에 분노한 송 변호사는 엄청난 돈을 손에 쥘 수 있는 다른 많은 기회들도 마다하고 진우의 변호를 맡게 됩니다. 처음 자신과 가족을 위한 돈만을 밝히던 '속물' 변호사가 '사람'을 구하는 인권 변호사의 길에 들어선 것입니다.

2.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하극상과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처음부터 정통성이 없었던 군사정권은 국가보안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순수한 독서모임을 학생 불온단체로 포장하거나 간첩단 사건 등 각종 시국사건을 수시로 기획했습니다.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공포감을 주고, 겁박하는 방식으로 정권의 '안녕'을 유지하려고 한 것입니다. 이러한 일부 집권 세력과 함께 자신의 영달을 위해 경찰과 검찰, 언론, 군, 안기부 등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개인과 가족, 심지어는 한 지역의 삶을 파탄 내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자행했습니다.

영화 속 송 변호사는 법정에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국민의 권리,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제도적, 법적, 물리적 폭력을 당연하듯 휘두르는 이들에 대해 분노합니다. 그들에게 민주주의와 법치의 원칙을 역설합니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가 잊고 살던 것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바로 가장 중요한 사실 말입니다. 민주주의는 결과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야 하며, 그 절차와 과정이 합법적이고 정당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3. 우리가 잊지말아야 할 것

대한민국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사실을 잊고, 권력자들과 가진 자들을 위해 공공의 영역(경찰, 검찰 등)이 복무할 때 어떠한 비극이 일어날 수 있는지 영화는 부림사건이라는 실제 사건을 영화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즘들어 더욱 안녕하지 못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국민의 의견을 묻지 않고 수시로 공공재를 사유화하려 하고, 가진 자들만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정보를 독점하려 하고, 정보기관과 군 등 중립을 지켜야 할 기관이 선거에 개입하고,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모든 일들이 우리 사회가 그동안 힘겹게 쌓아 올린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영화 변호인은 송우석 변호사의 목소리를 통해 세상 속 위정자들에게 이렇게 외치고 있습니다. 

"국민이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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