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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리뷰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 영화 속 사이보그 이야기

by 한국의 잡학사전 2022.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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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가 가져온 충격 이후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로 떠올랐으며, 이제는 모두의 입에 오르내리는 세간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특히 로봇을 비롯한 인공지능(ArtificialIntelligence·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해 모두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부터, 로봇세 도입이라든지, 기본소득 논란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생산력으로 인한 잉여 자원을 어떻게 분배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까지 다양한 논의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아직은 어떠한 실체도 확인할 수 없는 ‘4차 산업혁명’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인공지능의 문제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던 영역은 바로 영화계입니다. 외계인, 마법, 요정, 괴수, 우주 등 인간의 창의적인 상상력이 모조리 영상으로 구현되는 영화의 세계에서 AI는 정말 재밌는 소재입니다.

SF영화의 효시로 불리는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거장 프리츠 랑의 작품 ‘메트로폴리스’의 주요 소재는 바로 사이보그, 로봇입니다. 차츰 기계화되어 가는 문명의 미래를 암울하게 그린 무성영화 ‘메트로폴리스’는 무려 1927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영화 역사 초기부터 인공지능, 로봇, 사이보그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았고, 이른바 ‘사이보그 영화’는 SF 영화의 주요 하위 장르로 자리잡고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가 아는 대표적인 사이보그 영화는 바로 ‘터미네이터’ 시리즈입니다. 지금은 상업 영화계 최고의 거장으로 칭송받는 제임스 카메론의 ‘터미네이터’는 사실 B급 영화로 제작됐습니다. 인공지능과 사이보그가 지배하는 미래 세계. 인류를 구할 유일한 희망인 인간 반란군 지도자 존 코너의 탄 생 자체를 막기 위해 터미네이터로 불리는 사이보그 킬러가 과거로 돌아가 존 코너의 어머니 사라 코너를 제거하려 한다는 내용입니다. 사이보그 킬러, 타임 슬립 등 신선한 소재와 영화가 제작된 1984년 당시로는 충격적이었던 사이보그의 비주얼이 화제를 낳으며 전 세계적인 성공을 이루었습니다. 이로부터 7년 후 제작된 ‘터미네이터2’는 액체 로봇과 핵폭발로 인한 인류의 멸망을 영상으로 구현해 내며 관객들에게 ‘비주얼 쇼크’를 선사했습니다. 기술적으로도 훌륭했지만 인공지능이나 첨단기술에 대한 인류의 두려움을 다루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기본 정서에 관객들이 공감한 것이 영화 성공의 주요인이었습니다.(물론 주인공 에드워드 펄롱의 꽃미남 미모가 큰 역할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사이보그 영화의 바탕에 깔린 정서는 일관됩니다. 앞서 언급한 ‘메트로폴리스’ 부터 ‘터미네이터’가 제작되기 2년 전에 만들어진 리들리 스콧의 역작 ‘블레이드 러너’와 ‘매트릭스’, ‘아이, 로봇’, 일본 애니메이션 대표작 ‘공각기동대’ 등 인류와 AI의 공존은 가능할 것인지 혹은 미래 세계에서는 인공지능이 오히려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 속 로봇들이 모두 공포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R2D2나 C-3PO, ‘바이센터니얼맨'의 가정부 로봇 앤드류, 애니메이션 ‘월-E’의 월-E와 친구들처럼 로봇들이 사랑스러운 인간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영화들도 무척 많습니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로봇이 긍정적으로 그려지느냐 아니냐다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이보그 영화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기술과 과학의 발전이 극에 달하면 결국 인문학과 철학의 문제가 제기된다는 사실입니다.
영화 속 기계 문명이 타락하게 되는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터미네이터’ 속 인공지능을 만들어 낸 스카이넷이 종국에는 인간 사회를 파괴시키듯, 끊임없이 커지는 인간의 욕망이 결국 인류의 파멸이라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과학 문명의 목적은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목적에 맞지 않거나 그 과정이 정당하지 않은 과학 문명의 발전은 인류에게 과연 이롭기만 할까요? 과학의 발전은 결국 철학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과학 교육이 나가야 할 방향도 그렇습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중심에 사람이 없다면 그 발전이 무의미해질지도 모릅니다. 과학 교육의 중심에도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 토론과 질문, 철학 없는 과학 교육은 없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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